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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을 보고 프랑스 축구 대표팀을 떠올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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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게 2000년대 중반 축구를 담당할 때가 있었는데, 지금도 기억에 남은 장면 하나가 있다.

2006년 한국과 월드컵 예선에서 비긴 프랑스 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장을 빠져나갈 때인데, 예상과 달리(?) 다수 프랑스 선수들은 한국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을 거부하지 않았다.

반면 많은 한국 선수들은 인터뷰를 거부하거나 응한 선수도 대충대충 대답하고 나가버렸다. 1:1로 비겼으면 열받는건 프랑스 선수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진 나는 이같은 시추에이션이 무척이나 어색했고 납득하기도 힘들었다.

때문에 다른 기자들에게 어처구니가 없다고 투덜거렸는데, 축구만 오랫동안 취재해온 한 선배는 이렇게 대답했다.

“유럽 선수들은 대부분 축구를 하나의 생태계로 본다. 경기에 이기고 지고에 상관없이, 선수들이 경기 끝나고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임하는건 축구라는 생태계 전체 발전에 플러스라는 생각이 있다. 축구 생태계가 발전해야 선수 자신에게도 좋은 것이다.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야 선수에게 기회도 커지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이런 인식이 부족하다.”

속으로야 내키지 않겠지만 넓게 보고 언론 인터뷰에 임하는 유럽 선수들의 태도는 유럽에서 축구가 변함없이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전체의 이익을 생각하는건 축구 뿐만 아니라 사회 여기저기서 요구되는 태도일 것이다. IT도 마찬가지다.

29일 열린 올싱스디지털 D11 컨퍼런스 현장.

월스트리트저널(WSJ) 간판 IT기자로 테크 블로그인 올싱스디지털을 만든 월터 모스버그, 카라 스위셔가 팀 쿡 애플 CEO와 나눈 대담을 다룬 기사가 지금 IT외신을 뒤덮고 있다.

올싱스디지털과 경쟁 관계인 씨넷, 더버지 등도 라이브 블로깅까지 하면서 D11 컨퍼런스에서 나온 팀 쿡의 발언을 기사화하는데 앞다퉈 나섰다. 컨퍼런스에 누가 나오느냐가 흥행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하겠다.

스티브 잡스에 이어 팀 쿡도 D11컨퍼런스에 꼬박꼬박 참석하는 건 WSJ이 가진 매체 파워 때문일수도, IT전문 기자인 월터 모스버그가 가진 개인기의 힘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영향이 더 크다는 쪽이다.

아무튼 팀 쿡의 발언 하나하나는 해외 미디어들에서 비중있게 다뤄졌다. 한국 매체들도 앞다퉈 보도할 것이다.

공개석상엔 팀 쿡만 나오는 것도 아니다. 구글 창업자나 페이스북 마크 주커버그 CEO의 발언을 인용하는 기사들도 정기적으로 생산된다.

이런 발언을 다룬 뉴스들은 알게 모르게 미국 IT생태계 전반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린다. 물론 주커버그나 팀 쿡이 이런것 까지 생각하고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분명한건 거물급 인사들이 공개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는건 IT생태계 이슈 측면에서 대단히 긍정적이란 것이다. 관심은 이슈를 발판으로 커지는 법이다.

한국은 어떠한가.

물론 한국 IT기업 경영자들도 종종 인터뷰나 컨퍼런스를 통해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들이 하는 발언들은 지극히 소극적이고, 자기 방어적이다. 이슈에 대해 자신의 디테일을 말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말고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다식으로 말하는 경영자는 드물다.

솔직히 좀 아쉽다.

경영자들이 공개석상에서 이슈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을 해주는건 IT분야에서 스토리를 보다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들인데..

이기건 지건 상관없이 축구 전체의 마케팅 효과를 보고 인터뷰 요청에 적극 응해주는 프랑스 축구 대표 선수들처럼 할 수 없느냐고 묻는건 오버액션임을 인정한다. 그렇지만 국내에서 열리는 IT 컨퍼런스는 재미가 점점 없어진다는 얘기를 여기저기에서 들으니, 전체를 위해 이슈 메이커로서의 역할에 좀더 나서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하고 싶어진다. 한국산 IT이슈도 계속 나와야 그속에서 먹고 사는 이들의 기회도 커질 것이 아닌가..

요즘은 때가되면 한마디씩 해서 조중동에까지 대서특필하게 만들었던 안철수의 쓴소리들이 그립다.

이해진 NHN의장 등 창업자들 왜 은둔하나?-조선비즈
이해진 의장 뿐만 아니다. 한국 게임과 인터넷 분야 창업가들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은둔자(隱遁者)’ 생활이 유행처럼 돼 있다. 한국 언론인들의 취재가 유별나서인지, 한국 정부가 성공한 기업가들을 각종 행사에서 오가라며 귀찮게 해서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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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delight412

May 29, 2013 at 5:29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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